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오랜만에 구독자 리퀘스트가 왔습니다. 뉴욕 여행을 계획 중이시라고요. 여행을 떠나기 전에 뉴욕과 관련된 영화를 보고 싶다고 요청하셨어요.
뉴욕이 배경인 영화와 드라마가 참 많죠. 제일 처음 떠오른 건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였습니다만, 조금 다른 선택을 해보았습니다. 배우이자 감독으로 활동 중인 그레타 거윅이 들려주는 뉴욕 이야기들로요.
프란시스 하 (2012)
시작은 흑백 영화입니다. 아마도 공원 어딘가로 보이는 곳에서 두 여성이 장난스럽게 레슬링을 하고 있습니다. 서로 웃음을 참지 못하게 킬킬거리면서 마치 어린아이처럼 말이죠. 천진난만한 웃음을 얼굴에 가득 띄우고 우스꽝스러운 움직임으로 춤을 추거나 공원을 활보하는 이 둘은 프란시스(그레타 거윅)와 소피(믹키 섬너). 브루클린의 작은 아파트에서 같이 살고 있는 영혼의 단짝이죠.
마음만은 벌써 이 뉴욕을, 아니 온 세상을 씹어 먹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프란시스는 변변한 직업도 없이 만년 무용 연습생일 뿐입니다. 사정은 소피도 크게 다르지 않죠. 27살. 어리다면 어리고 많다고 하면 많은 어정쩡한 나이. 꿈과 현실, 부족한 능력과 거창한 포부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렇게 이어가도 되는 걸까요?
어딘지 어설프면서도 사랑스럽고, 자꾸만 마음이 가는 캐릭터로 가득한 영화입니다. 영화가 끝날 때쯤이면 영화 제목이 왜 『프란시스 하』였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데요, 정말 이보다 더 꼭 맞는 제목이 있을까 싶어요.
감독 : 노아 바움백
러닝타임 : 1시간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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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리스 아메리카 (2015)
뉴욕은 이름만으로도 기묘한 설렘을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일으키고 마는 도시인 것 같아요. 트레이시(롤라 커크)도 그렇습니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뉴욕에서 홀로서기를 시작했거든요. 부푼 마음을 안고 시작한 뉴욕 생활 이건만 무엇 하나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습니다. 글쓰기도 잘 되지 않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일도 쉽지 않아요.
그러던 중 트레이시는 브룩(그레타 거윅)을 만나게 됩니다. 엄마가 재혼을 계획하면서 애인의 딸, 그러니까 의붓 언니가 될 브룩의 연락처를 전해 주었거든요. 뉴욕 한 복판에서 자신이 꿈꾸는 뉴요커의 삶을 모두 다 이룬 것처럼 보이는 브룩은 트레이시에게 동경 그 자체입니다. 그렇게 둘은 함께 어울려 뉴욕 곳곳을 누빕니다.
영화 『미스트리스 아메리카』는 앞에서 소개했던 영화 『프란시스 하』의 속편처럼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노아 바움백 감독과 그레타 거윅이 다시 뭉쳤고 배경도 똑같이 뉴욕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이번에도 그레타 거윅은 허술하지만 사랑스러운 뉴요커 브룩을 맛깔스럽게 연기했습니다.
감독 : 노아 바움백
러닝타임: 1시간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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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기스 플랜 (2015)
매기(그레타 거윅)는 지금 막 원대한 계획을 실현 중입니다. 아이를 가지는 거죠. 안정적인 직장도 커리어도 있지만 지금까지 자신을 여섯 달 이상 사랑해준 남자는 없었기에 현실을 직시하고 정자를 기증받아 혼자 아이를 낳기로 결정했습니다. 수학을 전공하고 지금은 피클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 중인 대학 친구 가이(트래비스 피멜)로부터 정자를 제공받기로 했어요.
임신 준비로 바쁜 와중에 우연히 대학에서 함께 일하는 존(에단 호크)을 만납니다. 테뉴어를 받은 아내를 따라 뉴욕으로 직장을 옮기게 되었다는 그는 아내를 장미에 자신을 정원사에 비유하는 남자입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소설을 누군가 알아봐 주길 바라죠. 존을 만나면서 매기의 계획은 조금씩, 아니 아주 크게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이 모든 걸 되돌리 아주아주 크고 엄청난 계획을 세우게 되죠.
그레타 거윅이 큰 키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그녀가 걷는 걸 보고 있으면 어떤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녀를 따라 보폭을 벌리고 성큼성큼 걸어봅니다.
감독 : 레베카 밀러
러닝타임 : 1시간 38분
Stream on Watcha, Netflix & Tiving
덧붙이는 이야기
Norah Jones - ‘I Dream of Christmas’ Live At The Empire State Building
뉴욕의 마천루를 구성하는 수많은 빌딩 중 하나를 꼽으라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빼놓을 수 없겠지요. 지금은 더 높은 초고층 빌딩이 여럿 생겼지만 그래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전망대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바로 그곳에서 작년 12월, 노라 존스가 라이브 공연을 했습니다. 새로 발매한 크리스마스 앨범 'I dream of Christmas'의 기념 공연이었어요. 겨울인 데다 높아서 찬 바람이 쌩쌩 불었을 텐데 외투와 목도리, 장갑, 모자로 중무장을 하고 누구보다 따뜻한 무대를 보여준 노라 존스와 멤버들이 정말, 너무나도 사랑스럽네요. 저기에 함께 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아쉬운 마음을 영상으로나마 달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