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양 #엑스마키나 #에이아이 다정한 구독자 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SF 좋아하시나요? 어렸을 때 본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영향인지 저는 여름만 되면 SF 영화를 봐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뉴스레터가 여름에 쉬는 탓인지 지금껏 한 번도 SF 영화만 모아서 소개한 적이 없길래 이번 주는 SF 영화를 모아 왔습니다.
SF 영화도 그 안에서 형식이나 주제가 무척 다양하잖아요. 그중에서도 안드로이드, 그러니까 인공지능이 탑재되어 거의 사람과 같은 로봇이 등장하는 영화들을 꼽아보았습니다. AI라는 단어가 연일 뉴스 기사에 오르내리는 요즘, 예전과는 사뭇 다른 마음가짐으로 영화를 보게 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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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양 (2021)
누가 봐도 명백히 SF 영화인 듯 휘황찬란한 미래 도시의 전경으로 시작하는 SF 영화가 있는 반면 초반부가 지나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될 때까지 내가 보는 이 영화가 SF 인지 아닌지 아리송한 영화도 있습니다. 영화 『애프터 양』은 후자에 해당합니다.
알렉산더 와인스타인의 단편소설 『양에게 작별 인사를(Saying Goodbye to Yang)』가 영화의 원작인데요, 영화는 네 식구가 함께 가족사진을 찍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찻집을 운영하는 아빠 제이크(콜린 파렐)와 직장인 엄마 키라(조디 터너 스미스), 그들의 딸 미카(말레아 엠마 찬드로위자야)와 영화 제목에도 등장하는 안드로이드 로봇, 양(저스틴 민). 영화는 미카의 친구이자 오빠 노릇을 하던 로봇 양이 어느 날 갑자기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고장 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따뜻하고 서정적으로 그립니다.
코고나다 감독은 애플 티비의 드라마 시리즈 『파친코』를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시기적으로는 『애프터 양』이 먼저이지만 우리나라에는 『파친코』가 먼저 소개되어서 『파친코』 감독의 영화로 『애프터 양』을 홍보한 것 같아요. 영화가 마음에 드셨다면 김겨울 작가와 김소미 기자가 나눈 온라인 GV도 함께 추천드려요. 다른 사람의 감상을 들으며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또는 나와는 다른 감상을 접하는 재미를 느껴보시기를.
감독 : 코고나다
러닝타임 : 1시간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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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소개드리는 영화도 SF인지 아닌지 아리송한 장면들로 시작합니다. 아직 에어팟이 출시되기 전에 개봉한 영화라 주인공이 유선 이어폰을 사용하고 지금 보면 둔탁하게 느껴지는 웹캡 탓에 현재보다 더 과거를 배경으로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해요.
어딘지 어리숙해 보이는 우리의 주인공 케일럽(도널 글리슨). 그는 회사 이벤트에서 VIP로 초대받아 산속 깊은 곳 외딴곳, 헬기로만 갈 수 있는 어느 별장에서 일주일 동안 머물게 됩니다. 그곳은 사실 케일럽이 일하는 회사 블루북의 창업주 네이든(오스카 아이작)의 개인 연구실이었죠. 케일럽은 그곳에서 네이든이 비밀스럽게 진행해 온 연구를 목격합니다. 인공지능 로봇 에이바(알리시아 비칸데르)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어요.
등장하는 배우의 수도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적고 공간적인 배경도 연구소로 한정적인데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의 깊이는 영화가 끝나고도 한동안 사람을 아득하게 만들 정도로 깊습니다. 시각적으로도 무척이나 아름다워요. 그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마션』,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제치고 사라 베넷이 시각효과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감독 : 알렉스 갈랜드
러닝타임 : 1시간 48분
Stream on 왓챠, 웨이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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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아이 (2001)
빙하가 모두 녹아버리고, 바다 밑으로 도시는 잠기고 자원은 고갈되어 가는 어느 미래. 살아남은 선진국의 사람들은 제한적인 자원과 환경에서 적응하기 위해 사람을 대체할 로봇 개발에 몰두합니다. 그렇게 뛰어난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들이 개발되었죠. 겉으로 보아서는 인간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로봇 공학은 발전했습니다.
사이버트로닉스는 그런 인간형 로봇을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하비 박사(윌리엄 허트)는 이곳에서 감정을 가진 로봇을 꿈꿉니다. 신은 사랑하기 위해 아담을 창조했다면서요. 그리고 궁극의 인공지능 로봇 "데이비드(헤일리 조엘 오스먼트)"를 선보입니다.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만들어진, 사랑할 수 있는 로봇 데이비드를 말이지요.
나무 인형에서 사람이 되기를 꿈꾸는 피노키오 이야기와 엄마의 진정한 사랑을 갈구하는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하는 영화 『에이아이』는 닮아 있으면서도 묘하게 엇나 있는 것 같습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기획 영향인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다른 작품과는 다르게 염세적이고 무거운 느낌이 드는 부분들도 있고요. 하지만 2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층위 깊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영화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러닝타임: 2시간 24분
Watch on 왓챠, 넷플릭스, 티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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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과 사람이 함께 지휘를
국립국악관현악단 관현악시리즈 IV. 부재(不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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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흥미로운 공연 소식을 들었습니다. 로봇이 지휘자로 나서는 실험적인 공연이 다가오는 6월 30일 저녁 7시 30분,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에서 열린다고 하네요. 지휘자로 활동할 안드로이드 로봇의 이름은 '에버 6'. 비얌바수렌 샤라브 작곡의 ‘깨어난 초원’과 만다흐빌레그 비르바 작곡의 ‘말발굽 소리’ 이렇게 두 곡을 지휘한다고 합니다.
공연의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지휘자가 부재(不在)하는 무대를 경험할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 같아요. 최수열 지휘자와 함께 지휘하는 무대도 준비되어 있다니, 인간과 로봇의 교감이 실시간으로 무대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목격할 수도 있겠네요.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당신의 큐레이터, Q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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