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참 행사가 많은 달입니다. 가정의 달이라고 불릴만큼 가족과 관련된 행사가 다양하게 몰려 있는데 그래서인지 결혼식도 5월에 가장 많은 것 같아요.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에 봄을 만끽하며 새로운 가정을 꾸리기 가장 적당한 계절인가 봅니다.
이번 주는 결혼식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를 골라 보았습니다. 결혼식이라는 행사 자체에 집중해 보았어요.
세라비, 이것이 인생! (2017)
프랑스 영화는 난해하다거나 프랑스식 유머는 영 알 수 없어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하셨다면, 꼭, 꼭, 꼭, 이 영화를 보시길 바랍니다. 엄마랑 함께 보면서 얼마나 낄낄거리며 웃었는지 몰라요. 영화가 끝나면 세라비(C'est la vie), "이것이 인생"이라는 동어반복의 제목을 다시 읽으며 싱긋 웃게 되실 겁니다.
맥스(장 피에르 바크리)는 웨딩 플래너입니다. 자신의 사업채를 제법 오랫동안 운영해 온 관록의 웨딩 플래너죠. 결혼식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싶다며 까탈스럽게 구는 손님을 좇아내 버리는 품새가 보통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그도 어려워하는 일이 있었으니, 바로 팀원들을 다루는 일. 서로 사이좋게 일을 진행하면 좋으련만 의견 충돌이 끊이지 않네요. 실수와 크고 작은 돌발 사고도 연발이라 맥스의 미간은 점점 주름으로 깊어집니다.
오늘 그가 진행을 맡은 결혼식은 17세기 고성에서 열립니다. 성대한 결혼식이니만큼 손님도 많고 예식을 맡긴 신랑도 까다롭기 그지없네요. 거기다 식장에 찾아온 의문의 남자까지. 이 결혼식, 무사히 끝날 수 있을까요?
맥스를 연기한 배우 장 피에르 바크리는 작년 1월 6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제 막 좋아진 배우인데, 더 이상 그의 연기를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안타깝네요.
감독 : 올리비에르 나카체, 에릭 톨레다노
러닝타임 : 1시간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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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번의 결혼식 (2014)
오랜만에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112번의 결혼식이라는 제목 아래에 "'그리고 그들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는 복잡한 이야기이다(Happily ever after is complicated)"라는 문장이 인상적이네요.
이 영화를 만든 감독 더그 블록은 20년 동안 웨딩 비디오를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총 112번의 결혼식에 참석하여 새로운 부부의 탄생을 영상으로 담았지요. 처음에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매번 결혼식에 참석할 때마다 함께 기뻐하고 축하하다 보면 어느새 그들과 동화되는 기분이 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혼식이 끝나고 비디오를 건네고 나면 그 인연은 거기서 끝이었죠.
20년이 흘러 블록 감독은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동안 내가 만났던 커플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결혼식 다음의 삶은 어떻게 되는 걸까? 그래서 그동안 그가 웨딩 촬영을 맡았던 커플을 하나씩 추적해 갑니다. 기쁘게 인터뷰에 응한 부부도 있었지만 이사를 가버려 소식을 알 수 없거나 이혼을 해서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인터뷰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었지요.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여러 부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결혼이란 무엇인지, 또 결혼식이란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현실은 동화처럼 "그리고 그들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니까요.
감독 : 더그 블록
러닝타임 : 1시간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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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후 (2015)
그러니까 이 영화는 결혼식 후 45년 뒤의 이야기입니다. 케이트(샬럿 램플링)와 제프(톰 커트니)는 결혼 45주년 기념 파티를 준비 중입니다. 45년이라니. 쉬이 짐작할 수 없는 세월을 이 부부는 함께 보냈습니다.
평온하고 행복하게만 보이는 부부의 일상은 편지 한 통이 도착하면서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제프를 수신인으로 한 편지는 스위스 알프스에서 그의 첫사랑 카티아의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제프는 뜻밖의 소식을 접하고 과거를 회상하는 듯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 있고, 그런 남편의 모습을 바라보며 케이트는 초조하고 불안해집니다. 45년의 신뢰가 고작 한 통의 편지로 조금씩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하죠.
이야기의 구조는 단순하지만 영화는 길지 않은 러닝타임 내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부부란 무엇일까,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같은 질문들을요.
이렇다 할 스펙터클도, 액션도 없지만 두 배우가 뿜어내는 아우라와 서스펜스가 엄청납니다. 저는 특히 케이트를 연기한 샬럿 램플링이 인상적이었어요. 영화는 2015년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감독 : 앤드류 헤이
러닝타임 : 1시간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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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이야기
Maroon 5 - Sugar
저는 결혼식하면 이 뮤직비디오가 떠오릅니다. 워낙 유명한 뮤직비디오라 이미 보셨을 것 같지만,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영상이니 한번 더 함께 보아요. 마룬5가 몰래 결혼식장에 찾아가 깜짝 이벤트로 공연을 하는 형식이에요. 꾸며진 부분도 있지만 정말로 실제 결혼식을 찾아가 벌인 부분도 있다고 합니다. 깜짝 놀란 신부가 WTF을 외치는 장면을 보고 엄청 웃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