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곧 할로윈이라, 여기 저기서 할로윈 장식이 보입니다. 분위기에 맞추어 으스스한 영화를 추천해보면 어떨까하고 영화를 살피다가 뱀파이어 이야기에 꽂혔습니다.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한번도 뱀파이어가 나오는 영화를 소개한 적이 없더라고요.
뱀파이어 영화는 코믹부터 호러, 로맨스까지 장르가 무척 다양한데요, 그 중에서도 소녀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영화 세 편을 골라왔어요. 그 소녀 뱀파이어, 외양은 소녀일 지언정 그녀가 살아온 세월은 영겁을 지났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녀의 이야기에 가만히 귀 기울일 준비, 되셨나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1994)
뱀파이어가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다는 통념은 아마도 이 영화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젊은 날의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가 뱀파이어로 등장하거든요. 이십대 초반,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친구와 함께 넋을 놓고 봤던 기억이 납니다. 디지털 방식으로 촬영해 쨍한 느낌을 주는 요즘 영화와 달리 전체적으로 뽀얀 느낌이 나는 90년대 영화의 질감이 그들의 외모를 더욱 아름답고 몽환적으로 보이게 만든 것 같아요.
하지만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뱀파이어는 커스틴 던스트가 연기했던 클로디아였습니다. 영원히 어린아이의 몸에 박제된 채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뱀파이어의 절망을 연기하는데 그 마음이 너무나도 절절하게 다가왔어요. 당시 열두 살이라는 그녀의 나이를 믿기 어려웠습니다. 이미 스타였던 두 성인 배우 사이에서 그녀의 존재감은 하나도 모자람이 없었어요.
영화는 제목 그대로 한 라디오 방송 작가가 뱀파이어인 루이(브래드 피트)를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루이가 자신의 지난 삶을 이야기하면 회상 장면이 나오는 식이지요. 영화는 앤 라이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데요, "뱀파이어 연대기"라는 아주 긴 시리즈물입니다. 영화는 그중 첫 번째 소설을 기반으로 해요.
감독 : 닐 조던
러닝타임 : 2시간 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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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미인 (2008)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차가운 공기가 훅 하고 밀려 들어와 코 안쪽이 얼어붙을 것 같은 겨울밤. 눈처럼 창백한 소년 오스칼(카레 헤레브란트)은 앙상한 몸을 드러낸 채 알 수 없는 말을 되뇝니다. 한편, 늙은 아버지와 어린 딸로 보이는 두 사람이 소년의 옆집으로 이사를 옵니다. 여느 날처럼 집 앞 놀이터에서 애꿎은 나무에게 화풀이를 하던 밤, 오스카는 소녀를 만났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엘리(리나 레안데르손). 뱀파이어입니다.
영화 『렛미인』은 스웨덴 작가 욘 린드크비스트의 소설이 원작입니다. 예전에 금요알람에서 영화 『경계선』을 소개하며 한번 말씀드린 적이 있죠. 소설은 스웨덴과 미국에서 각각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이번에 소개드리는 건 스웨덴 버전입니다. 미국 버전은 저는 아직 보지 않았어요. 미국으로 배경이 옮겨지면서 스웨덴 영화에서 느껴지던 북유럽 특유의 서늘함이 사라져 버려 이 정도의 감동을 느낄 수 없을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제 예상과는 달리 작가 스티븐 킹이 아주 훌륭한 공포 영화라 극찬을 남겼다고 하니 날씨가 좀 더 추워지면 챙겨 보아야겠습니다.
감독 : 토마스 알프레드슨
러닝타임 : 1시간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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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 (2018)
깊은 밤, 한 소녀가 차도르를 휘날리며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아무도 없는 텅 빈 거리를 누빕니다. 그녀의 정체는 뱀파이어. 차도르와 스케이트 보드, 뱀파이어, 웨스턴 무비가 떠오르는 음악. 그리고 중동이라는 배경. 무엇 하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요소들이 흑백 영상 안에서 버무러저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그래서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눈을 뗄 수가 없어요.
이란 출신 감독 애나 릴리 애머푸어는 배드 시티(Bad City)라는 상상 속 도시를 배경으로 무척이나 근사한 뱀파이어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가상의 도시이지만 아마도 중동 어딘가이 있을 법한 곳. 차도르를 뒤집어쓴 뱀파이어는 감히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었기에 지독하게 낯설면서도 외로운 소녀와 소년이라는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친숙한 이야기에 훅 하고 빠져들고 말아요.
영화의 원제는 『A Girl Walks Home Alone at Night』입니다. 우리나라의 영화 제목은 영화 개봉에 앞서 인기리에 방영했던 드라마 『밤을 걷는 선비』와 리듬을 맞춘 게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해 봅니다.
감독 : 애나 릴리 애머푸어
러닝타임: 1시간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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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이야기
The Magic - Lola Blanc
할로윈이 다가오면 생각나는 노래. 미국 출신 싱어송라이터 롤라 블랑(Lola Blanc)의 노래 "The Magic"입니다. 그녀는 음악뿐 아니라 배우, 영화 제작을 오가며 본인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발전시키는 중이에요.
고스족이 연상되는 화장과 패션, 그리고 음산한 분위기의 뮤직 비디오가 할로윈 분위기에 퍽 잘 어울립니다. 경쾌한 멜로디에 얹힌 비밀스러운 가사에 귀를 기울이면 글쎄요, 어쩌면 오늘 밤엔 마녀를 만날 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