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의정원 #빅피쉬 #센스앤센서빌리티 다정한 구독자 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바야흐로 봄이에요. 매화와 산수유, 개나리는 벌써 피고 지고, 지금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고 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아직 벚나무가 앙상하지만 이번 주말이 지나면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 잎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주말에 꽃놀이를 계획하고 있으신지도 모르겠어요. 그렇지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제가 스크린 가득 꽃과 나무로 가득한 영화를 골랐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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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의 정원 (2018)
영화는 어린아이가 그린 듯 단순한 그림으로 문을 엽니다. 몇 살짜리 아이가 그린 그림이냐는 노신사의 물음에 영화의 시선은 아마도 그 그림이 그려진 곳으로 보이는 작업실로 옮겨 가는데요, 어지러이 작품과 도구가 널브러뜨려져 있고 뜬금없이 부엉이 한 마리가 새장 속에 사는 곳. 여기는 화가 구마가이 모리카즈(야마자키 츠토무)의 작업실 "학교"입니다.
모리(모리카즈)는 30년째, 자신이 사는 집과 정원을 벗어나지 않은 채 낮에는 정원을 산책하고 밤에는 그림을 그리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아내 히데코(키키 키린)와 바둑을 두기도 하고요. 함께 사는 조카 미에(노부에 아케타니)는 가끔 식구에 비해 과한 양의 식재료를 사 오는 걸 빼면 어디 하나 나무랄 곳 없는 멋쟁이 살림꾼입니다. 모리가 가장 좋아하는 건 고요히 정원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요. 그런데 유명 화가인 모리를 찾아오는 손님이 끊이지 않네요.
영화는 특별한 줄거리 없이 모리의 일상과 모리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좀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겠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중간에 끌 수 없는 매력이 있습니다. 조용한데 웃기고 진지한데 엉뚱한 영화였어요.
영화의 주인공 모리는 일본의 화가 구마가이 모리카즈일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저는 3일만 자택격리를 하는데도 좀이 쑤시는데 30년이라니, 짐작조차 가지 않네요. 영화가 시작할 때 나오는 그림 『네모난 찹쌀떡』은 그가 1949년에 그린 작품입니다. 도쿄에 그가 살던 집을 개조한 미술관도 있어 그의 작품을 직접 볼 수도 있다네요.
감독 : 오키타 슈이치
러닝타임 : 1시간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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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피쉬 (2003)
부모님의 옛이야기가 지루하게 느껴진 적 있으신가요? 어렸을 땐 분명 어떤 옛날이야기보다 재미있게 들었던 것 같은데 말이에요. 너무 많이 들어서 어느새 바로 그다음 이어질 문장까지 맞출 수 있게 되고 나면 그저 이 이야기가 빨리 끝나기를 기다리며 건성으로 듣고 맙니다.
윌의 아버지 에드워드(청년 역 이완 맥그리거, 노년 역 앨버트 피니)는 타고난 이야기꾼입니다. 듣는 사람의 혼을 쏙 빼놓을 만큼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끝도 없이 쏟아내죠. 문제는 진지한 대화를 나누어야 할 순간에도 이야기를 꾸며내기 멈추지 않는다는 거예요. 윌(빌리 크루덥)은 아버지의 허풍에 넌더리가 나서 아예 아버지와 대화를 끊어 버립니다. 간간히 편지로, 어머니를 통해 소식을 전할 뿐이지요. 어느 날, 아버지가 위중하다는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고향집을 찾습니다.
수선화가 가득한 벌판에 누워 있는 저 남자가 바로 에드워드입니다. 동화 같은 영상이 영화 가득하지만 특히 이 장면은 인기가 많아서 포스터나 굿즈 등으로 여러 번 만들어졌어요. 팀 버튼 감독 특집에서 이 영화를 소개할까 말까 고민하다 언젠가 봄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가져오려고 아껴놓았는데 이렇게 소개할 수 있어 기쁩니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풍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에드워드의 모험담에 함께 빠져들어 보아요.
감독 : 팀 버튼
러닝타임 : 2시간 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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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시대극이 보고 싶던 날, 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어딘지 『오만과 편견 (2005)』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두 영화 모두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거였어요. 영화 『센스 앤 센서빌리티』의 원작 소설은 우리나라에 『이성과 감성』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아버지가 죽고 난 후 법에 따라 모든 재산이 전처의 아들인 장남에게 상속되면서 대쉬우드 세 자매와 그녀들의 어머니는 하루아침에 무일푼 신세가 되고 맙니다. 대쉬우드가 여자들은 어쩔 수 없이 정든 집을 떠나 시골에서 이사를 가게 되어요. 새로운 곳에서 가난하지만 행복한 가정을 다시 가꾸려 노력하는 그녀들에게 낯선 남자들이 찾아오기 시작합니다.
『이성과 감성』은 제인 오스틴의 첫 번째 소설입니다. 제인 오스틴 소설 하면 떠오르는 테마들, 그러니까 영국 중상류층의 사랑과 연애, 결혼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죠. 제법 오래전 영화라 배우들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대쉬우드 자매는 엠마 톰슨과 케이트 윈슬렛, 그녀들과 사랑에 빠지는 남자들은 휴 그랜트와 알란 릭맨, 그렉 와이즈가 연기했어요. 휴 로리도 잠깐이지만 등장한답니다.
영국이 배경인 영화답게 틈만 나면 차를 마시고, 그때마다 테이블에 화병 가득 꽃이 있어 보는 눈이 즐겁습니다. 남의 집을 방문할 때 한 손 가득 꺾은 꽃을 들고 가는 풍습도 아름다워요.
감독 : 이안
러닝타임 : 2시간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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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고 복사꽃 마을을 찾아서
- 안중식, 도원행주도 (1915, 238.6 x 65.5 c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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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은 매달 소장품을 주제로 달력 이미지를 배포합니다. 공식 블로그에서 PC와 모바일 버전 두 가지를 다운로드할 수 있어요. 4월은 조선시대 화가 안중식의 서화 『도원행주도』의 일부를 사용했어요. 원래 작품은 세로로 길고 작품 상단에 작품에 대한 글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전체 작품 이미지와 자세한 설명을 읽어 볼 수 있어요. 소장품이 현재 전시 중인지 아닌 지도 알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제 검색 능력은 여기까지가 한계입니다. 인스타그램(@nationalmuseumofkorea)으로 보니 국립중앙박물관도 매화와 진달래가 한창이던데, 직접 나들이 삼아 박물관에 가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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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볕에 노곤노곤 졸음이 쏟아지는 계절입니다. 잔잔한 영화나 음악을 틀어 놓고 깜박깜박 졸면서 오후를 보내면, 그 또한 행복할 것 같습니다.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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