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 최근 거리나 온라인 상에서 무지개색 장식을 자주 보았습니다. 프라이드 먼스(Pride Month)인 6월을 맞아 크고 작은 기념 행사가 열렸기 때문이지요. 1969년 6월 28일 뉴욕에서 있는 스톤월이라는 주점에서 경찰이 폭력적으로 동성애자들을 잡아들였고 여기에 사람들이 크게 저항하는 일이 일어납니다. 프라이드 먼스는 그 다음해부터 이날을 기념하면서 시작되었죠. 그때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6월의 끝자락에서 영화를 통해 다시금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귀울여 봅니다. 플루토에서 아침을 (2005) 한껏 예쁘게 차려입고 유모차를 끌며 거리를 걸어가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자신에게 추파를 던지는 남자를 가볍게 웃어넘기고는 스스로를 '성녀 키튼'이라고 칭하는 이 사람의 원래 이름은 '패트릭 브래든'. 생물학적으로는 남자이지만 누구보다 완벽한 여자이지요. 갓난아기 때 성당에 버려져 위탁 가정에서 자란 그는 가톨릭 학교를 다니며 성경을 샅샅이 뒤져 성별이 밝혀져 있지 않은 성자를 찾아내고 그 이름을 따 '키튼'이라는 이름을 짓습니다. 유별난 행동으로 혼나기 일쑤이던 키튼은 어느 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위탁 가정을 뛰쳐나옵니다. 그러고는 자신을 버린 엄마를 찾아 런던으로 향합니다. 녹색 우산과 모피 코트, 가방 하나를 달랑 들고 말이지요.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아일랜드의 무장 독립 투쟁을 다루면서도 영화는 시종일관 경쾌함을 잃지 않습니다. 신나는 음악과 도도한 발걸음으로 어려움쯤은 사뿐히 밟고 지나가는 키튼(킬리언 머피 분)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을 거예요. 감독 : 닐 조던 러닝타임 : 2시간 8분 Stream on Watcha 톰보이 (2011)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낯선 동네로 또다시 이사를 오게 된 한 아이. 영화는 별다른 설명 없이 이 아이의 여름 날을 차곡차곡 스크린에 담습니다. 그렇게 아이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왜 아이가 본래 이름인 '로레'를 두고 자신을 '미카엘'이라 소개했는지, 같이 수영하러 가자는 말에 왜 선뜻 따라나서지 못했는지, 왜 엄마 몰래 화장실에서 머리를 짧게 자르는지 자연스레 알게 됩니다. 셀린 시아마 감독은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었는데요, 코로나 기간에도 의외로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본 덕분에 감독의 전작들이 한꺼번에 개봉하기도 했습니다. 톰보이도 그중 하나이지요. 언니인 로레를 오빠 미카엘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여섯 살 난 동생 잔의 편견 없는 시선이 영화가 끝난 후에도 길게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감독 : 셀린 시아마 러닝타임 : 1시간 24분 Stream on Watcha 어바웃 레이 (2015) 뉴욕에서 싱글맘인 엄마와 외할머니 그리고 할머니의 레즈비언 애인과 함께 살고 있는 레이의 소원은 "평범하게 사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평범하게 "남자"로 사는 것이지요. 16살인 레이는 성전환을 위한 호르몬 요법을 결심합니다. 하지만 미성년자인 레이가 치료를 받으려면 부모님의 동의가 필요하죠. 그냥 레즈비언으로 살면 안 되겠냐고 묻는 외할머니도 답답하고, 동의서에 사인을 차일피일 미루는 엄마도 자꾸만 미워집니다. 하루라도 빨리 호르몬 요법을 시작해서 전학 간 학교에서는 평범한 남학생으로 살고 싶은데 말이지요. 엄마 매기의 입장도 이해가 갑니다. 지금은 이렇게 확고하지만 만약에라도 레이가 나중에 마음이 바뀌면 어떡하나 걱정도 되고 이 선택이 옳은 것인지 막막하기만 하지요. 평생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레이의 생부를 찾는 일도, 그리고 그를 찾아 상황을 설명하는 일도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바웃 레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지만 영화의 원제는 "삼대(3 Generations)"입니다. 앞서 소개한 "톰보이"가 주인공 미카엘의 시선에 주목했다면 이 영화는 레이를 둘러싼 삼대의 관계에 집중합니다. 레이의 성전환을 두고 다층적으로 펼쳐지는 본인인 레이와 엄마 매기, 할머니 돌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아요. 감독 : 게비 델랄 러닝타임 : 1시간 32분 Stream on Watcha 이번 주 뉴스레터는 쓰는 일이 유난히 어려웠습니다. 잘 알지 못하는 일에 말을 보태다 누군가 상처를 입지 않을까 자꾸만 저어하고 말았어요. 부디 저의 진심이 바르게 가닿기를 마음 깊이 바랍니다. 돌아오는 금요일에 또 만나요. 당신의 큐레이터Q 금요알람은 언제나 당신의 이야기를 환영합니다. |